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Posted by on May 5, 2015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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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이 은 성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변덕을 부려도 봄은 다시 온다는 약속을 지켰다. 들녘으로 나가보니 황금빛의 민들레가 보름달 같은 얼굴을 하고 있고, 개불알풀이라는 민망한 이름의 들꽃도 파란 낯으로 피었다. 그리고 지난해 꽃이 떨어진 자리를 마치 꽃 인양 피우고 있는 미국쑥부쟁이도 새 잎을 올리고 있는가하면, 유해종이란 불명예스러운 멍애를 진 환삼덩굴 역시도 잊지 않고 찾아온 봄을 맞고 있다.

  우선 민들레를 살펴보고 굳이 제 이름을 찾아주자면, 내 눈 앞에 보이는 녀석은 서양민들레다. 토종민들레와는 달리 총포의 끝이 위쪽으로 향하지 않고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있어 쉽게 구분이 된다. 약간 쌉살한 맛이 도는 민들레의 잎은 쌈으로 싸서 먹으면 몸에도 좋고 묵은 입맛도 개운하게 한다. 토종과는 달리 자가수분을 하기 때문에 번식력도 남다르다.

  작지만 야무진 모습으로 핀 개불알풀은 파란 꽃잎에 하얀 무늬를 둔 통꽃이다. 오랫동안 꽃을 피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부지런히 꽃을 피워내기에 미처 꽃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낄 틈이 없는 것 뿐이다. 열매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개불알풀이라 짖궂게 지었지만 이즘은 이쁜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하여 일부에서는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저 쪽, 마른 갈색의 꽃을 피우고 있는 미국쑥부쟁이, 사실은 지난해 씨앗을 다 날려버리고 남은 꽃받침이 꽃 같은 모습이 되어 방긋 웃고 있다. 꽃도 아닌 것이 꽃처럼 예쁘다. 나도 마른 냄새나는 꽃이 되었지만 꽃처럼 예뻐 보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그도 그랬나보다. 그러기에 씨앗을 다 날려버린 꽃받침을 꽃처럼 내보이며 겨울날 하얀 눈송이 속에서도 꽃이 되어 있지 않았던가, 봄이 와서 온통 이쁜 꽃들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속에서도 갈색의 마른 꽃은 결코 기죽지 않는 당당함을 지녀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

  유해식물로 구분된 환삼덩굴 역시도 부지런히 싹을 틔워 어느새 넓은 잎의 모습이 되어간다. 덩굴로 자라는 이 환삼덩굴은 잎의 뒷면에 기공이 있어, 비가 와서 흙탕물이 잎 뒷면에 튀면 숨을 못 쉬기 때문에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간다. 사정이 이러할지라도 그 번식력이 워낙에 강하여 이 녀석이 자리 잡은 터에서는 다른 식물들이 살 수가 없으니 유해식물이란 딱지가 붙었다. 해서 이른 봄, 싹이 나자마자 아는 사람들은 이 녀석을 애초에 뽑아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 환삼덩굴이 들어서서 살고 있는 자리는 하천변이나 다른 식물들이 잘 살지 않는 못 쓰는 땅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곳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어느 정도 땅이 비옥해지면 그는 다른 식물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저는 척박한 땅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 기간이 8년이나 걸리니 사람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유해식물이라 이름 짓고 배척할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잣대로 누군가를 배척하기도 하고, 가까이 두기도 하지만 모든 것에 나쁘고 좋다로 구분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한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