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자료실

2007년 7월 여치는 웬만해서 떼로 급습하지 않는다

Posted by on Jul 18, 2013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여치는 웬만해서 떼로 급습하지 않는다     1학기 기말고사를 코앞에 둔 여름날 오후. 더위에 지친 머리는 아득해지고 참고서의 활자가 눈에 쉬 들어오지 않을 무렵, 창문 너머 어디선가 작게 ‘찌르 찌르르’ 들리는 소리는 막힌 머리를 풀어주곤 했다. 이른 여름부터 더위를 달래주던 여치였다. 고층 아파트가 도시 구석마다 즐비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채송화, 봉선화, 분꽃으로 아기자기한 꽃밭이 마당 한구석을 차지했던 70년대 이전의 도시가 대개 그랬다. 어찌 보면 길이나 생김새가 메뚜기와 비슷하지만 여치는 몸집이 두툼하다. 머리와 가슴 양 옆에 황색 띠가 있고 몸이 황색을 띌 경우가 많지만 그건 메뚜기도 비슷하다. 다만, 잎이 가늘고 긴 벼나 개천가의 풀밭에 많은 메뚜기와 달리 잎이 둥근 화초가 많은 인가에 잘 다가오는데, 여치는 메뚜기에 비해 날개가 짧다. 그래서 그런지 메뚜기보다 잘 잡혔고, 어른들은 여러 마리의 여치를 풀대로 엮은 초롱에 넣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곤 했다. 우리는 사실 여치를 몸통이나 날개 길이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저 낮에 집 근처에서 울면 여치, 논에서 잡으면 메뚜기라 말했다. 여치와 베짱이도 구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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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논고랑을 잃은 미꾸라지

Posted by on Jul 18, 2013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논고랑을 잃은 미꾸라지    겨우내 얼었던 논에 개구리가 울고, 올챙이가 어느덧 자라 다리를 내밀 때가 되면 천수답의 물웅덩이 주변에 온갖 생물이 모여든다. 한여름을 앞두고 짝짓기가 활발하고 꽃들은 나비와 벌을 유혹한다. 우리 조무래기들은 미꾸라지 잡으러 논둑으로 몰려나갔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 먹이가 줄어들면 논고랑에 버글대던 미꾸라지들이 어디론가 숨어들기 때문이다. 미꾸라지 잡는 건 쉬웠다. 작은 족대로 논둑 옆 고랑을 막고, 저만치서 첨벙대며 맨발로 몰아 족대를 들어올리면 됐다. 조무래기들도 쭈그러진 양은주전자로 하나 가득 잡을 수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추어탕을 끓여주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잡아들여 어머니는 여간 귀찮아 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때 먹은 추어탕 맛이 기억나지 않을까. 요즘 들깨와 산초 듬뿍 넣고 푹 끓여 내놓는 체인점의 껄쭉한 맛에 길이 든 탓이겠다. 어떤 때는 족대 없이 잡았다. 논둑에 엎드려 숨죽이다 고무신으로 별안간 집어넣으며 진흙 바닥을 훑으면 고무신 코 안에 한두 마리 들어가곤 했다. 맨손도 가능했다. 바지 걷고 들어가 흙탕물이 잠잠해질 즈음 손을 냅다 들이밀고 움켜쥐곤 했는데, 그땐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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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종 정체성을 잃어버린 기름종개

Posted by on Jul 18, 2013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종 정체성을 잃어버린 기름종개     2006년 4월 21일은 새만금 갯벌에 해수 유통이 차단된 날이다. 경찰력을 동원한 농촌개발공사는 반대하는 어민과 시민단체를 몰아낸 상태에서 외곽 방조제 공사의 끝물막이 공사를 강행했고, 이후 새만금 갯벌은 질식하기 시작했다. 사형이 집행된 지 1년. 그 사이 1억 4천만 평의 갯벌에 수 천 년 이어왔던 이웃 생명들은 썩어나갔고 부패된 사체에서 부글거리는 거품이 부안군 주변 해역을 뒤덮었으며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악취로 휩싸였다. 생명줄을 잃은 이웃은 새만금 갯벌의 오랜 생명가치만이 아니다. 백합을 잃은 주민들도 사지로 내몰려 벌써 어민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눈감고 다닐 정도로 익숙했던 갯벌이 제 지형을 잃은 까닭이었다. 공사 일정에 따라 대중없이 여닫는 배수갑문은 노도 같은 해수를 한꺼번에 들쭉날쭉 들고나게 했고, 해수가 드나드는 좁은 수역에 겨우 살아남은 백합을 생계를 위해 채취하던 어민이 물에 잠긴 갯바닥을 헛디뎌 그만 해수에 휩쓸린 것이다. 새만금의 어민들은 마침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방조제 안으로 해수를 유통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어민들의 생명줄이었던 갯벌을 다시 살리는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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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그린벨트를 보존하고 싶을 곤줄박이

Posted by on Jul 18, 2013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그린벨트를 보존하고 싶을 곤줄박이     입춘이 막 지난 한낮이라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응달에 잔설이 남았음직한 2월의 냉기는 뺨을 스치고, 외투에 손 찌른 채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 천천히 걷는 기분은 모처럼 상쾌하다. 지하철이면 벌써 도착하고 남았을 테지만 지금은 더 없이 느긋하다. 버스나 지하철 길을 따라 걸으면 조금 더 가까울 테지만, 거기는 감시 카메라 눈치 보는 자동차들의 배기가스로 속을 거북할 뿐 아니라 참기 어렵게 시끄럽다. 아파트가 빼곡한 연수구에서 인천광역시의 청사로 가늘 길,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 시각은 아직 멀었다. 버스와 트럭들이 승용차 사이를 질세라 질주하는 아스팔트를 피해 그린벨트로 접어드니 타이어의 마찰음과 신호 대기를 못 참고 시근덕거리는 디젤엔진 소리가 이내 삭으러든다. 승용차 두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시멘트 도로엔 자잘한 자갈이 흩어졌고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귀에 전해지는 발자국 소리가 정겹다. 개찰구에 다다르기 전에 울리는 경적은 망신당하기 싫으면 서두르라는 성화다. 작년부터 시큰거리는 무릎을 다그쳐 두 계단 세 계단을 뛰어내려야 닫히는 자동문 사이로 전동차에 올라탈 수 있는데,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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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덕장을 잃은 황태

Posted by on Jul 18, 2013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덕장을 잃은 황태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 덕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에서 트럭에 가득 실린 명태가 용대리 덕장에 풀려 영하의 날씨에 얼다 녹기를 거듭하며 누렇게 변신하더니, 내설악 백담사를 오가는 관광객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유명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흰 눈을 뒤집어 쓴 드넓은 덕장의 명태는 이제 우리 바다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다. 나중에 태어난 화천 산천어 축제가 부러운 듯, 해마다 2월 초순이면 거진항에서 벅적지근하게 펼치는 고성군의 명태축제는 ‘명태와 함께하는 겨울바다 축제’이라는 주제가 무색하게 허전할 수밖에 없다. 한겨울 동해의 북쪽, 검푸른 바다에서 올라오던 ‘명태’는 함경도 명천군의 태가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았다 하여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명태는 상태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꽁꽁 얼렸다 얇게 떠 전으로 부쳐먹는 ‘동태’와 소비자 손에 넘어갈 때까지 얼리지 않아 살이 부들부들한 ‘생태’, 햇빛이 강한 영하의 덕장에서 40일간 얼다 녹기를 반복하다 부드럽게 황색으로 마른 ‘황태’와 고성 해안에서 다짜고짜 두 달 동안 바싹 말려 단단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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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아파트 단지에서 비둘기를 만난다는 거

Posted by on Jul 18, 2013 in 생태자료실 | 0 comments

아파트 단지에서 비둘기를 만난다는 거   마냥 따뜻하기만 해, 오히려 감기 걸리게 만들기 십상인 아파트. 아무리 추위가 혹독해도 얇은 홑겹 속내의 차림으로 머물게 한다. 밖에 나가려면 그 위에 여러 겹의 옷을 걸쳐야 하는데, 집안 먼지를 밤새 들이마신 폐는 시린 공기를 갑자기 흡수하고, 옷깃을 바싹 여미며 지하철에 몸을 맡기면 외투의 단추를 전부 풀어야 한다. 그날 아침도 제법 쌀쌀했다. 지하철과 가까운 쪽문으로 발길 급히 옮기는데 한 무리의 비둘기가 후드득 날아올라 19층 아파트 건물 사이를 휘돌아 횅하니 사라진다. 어디로 날아간 걸까. 삭막한 회색 아파트 단지에서 비둘기가 날았다. 아, 놀이터가 있지. 학원과 과외로 바쁜 어린이보다 어둑할 때 일단의 청소년들이 몰려 일감 벌리곤 하는 놀이터엔 모래와 놀이시설 외에 작은 정자와 마루가 있고 과자 봉투가 늘 뒹굴고 있다. 과자 부스러기도 흩어졌을 테지. 빠른 걸음에 놀라 일제히 날아오른 비둘기들은 다른 아파트 단지의 후미진 놀이터로 내렸을지 모른다. 거기에도 비둘기의 주전부리가 널렸을 것이다. 모이주머니에 개똥 묻은 모래라도 보충할 필요도 있겠지. 인천항 곡물부두 야적장은 도시 비둘기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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